5,000만 원으로 시작해 시리즈B 260억을 클로징하기까지 — 뉴빌리티 이상민 대표가 무너뜨린 가설과 지킨 원칙

개요

  • 주제: 연세대 로켓 동아리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 규모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기업을 만든 창업가의 9년 서사 — 우주 꿈 → 피지컬 AI 피벗 → 두 차례 자금 위기 → 규제 개화 → 오늘의 계획 경영론
  • 핵심 관점: 스타트업의 문제는 시니어도, 조언자도, 경험자도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해결의 주체는 창업자와 팀뿐이며, 그 과정에서 '10년 비전'보다 '오늘의 계획'이 훨씬 강한 무기라는 것
  • 핵심 키워드: 피지컬 AI · 하드웨어 양산(서스펜션·EMI) · 규제 샌드박스 · 런웨이 2개월 · 인력 40% 감축 · 시리즈B 클로징 · 오늘의 계획

핵심 메시지 3가지

① 방향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대기업이 비어 있는 자리'에서 나왔다

로켓을 만들던 팀이 자율주행 로봇으로 피벗한 이유는 기술적 낭만이 아니라 시장 공백 계산이었다. 자율주행차에는 현대차가 있었고, 드론은 중국이 시가총액 1조 규모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로봇만 유일하게 대기업이 없었다.

② 하드웨어의 99개 문제는 책상이 아니라 공장에서 풀렸다

서스펜션 유격으로 직진을 못 하고, 카메라가 늘자 전자파 간섭(EMI)으로 영상 자체가 죽는 문제. 정답은 "그냥 공장 가서 구르자"였고, 반년 가까운 현장 학습과 전문가 영입으로 퍼즐이 하나씩 맞춰졌다.

③ 위기의 해법은 '누구의 말'이 아니라 '자기 단단함'에서 나왔다

"그런 상황에 자꾸 누구 말을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자신들이 단단해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해결하더라."

예비 투자심사 350억 원이 계엄 이슈로 250억 원까지 깎이고 런웨이가 2개월로 줄었을 때, 회사는 인력 40% 감축 + 임원 개인 대출 + 고객사 선급금 부분 수령으로 버텼고 결국 260억 원 라운드를 클로징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이 인터뷰는 "성공한 스타트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망할 뻔한 두 번의 순간을 정면으로 다루는 이야기다.

  • 첫 번째는 2019년 1월. 2017년 10월 첫 투자를 받은 지 1년여 만에 카드사에서 독촉 전화가 왔고, "돈이 밀렸으니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공동창업자들은 이미 번아웃 상태였다.
  • 두 번째는 2024년 12월. 시리즈B 예비 심사 350억 원이 통과된 바로 다음 날 계엄 이슈가 터졌고, 본 심사 단계에서 금액이 눈덩이처럼 이탈했다.

두 위기 모두에서 이 대표가 한 일은 같았다. 누군가 해결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끝까지 붙잡는 것.


1. 시작: 나로호에서 우주 변기까지, '작게 잘린 문제'의 힘

단계 내용 결과
계기 2013년 나로호 3번째 시도 발사 성공 뉴스 "저런 걸 해보고 싶다"는 욕망 발생
좌절 고3까지 수·과학을 잠을 줄여 파고난 뒤 깨달음 "입학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환 페이스북 페이지로 항공우주 좋아하는 고등학생 모임 결성 → 한국청소년항공우주학회(KYSA) 팔로워 3.4천 명, KARI 후원 학술대회 2회 개최
문제 선정 NASA 대회 참가자들과 매일 뉴스를 보다 발견한 ISS 화장실 고장 이슈 "우주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화장실 가는 일"
통찰 1969년 아폴로 계획 때 설계된 변기를 50년째 그대로 사용 부품 4만 개 — 자동차 한 대와 같은 수준
해법 혈액 원심분리(액체=중앙, 고체=외곽) 원리 적용 → 유속 유지 위한 나선형 변기 + 초기 급수 펌프 유체역학·열역학·3D 모델링을 독학해 프로토타입 제작
성과 2015년 NASA 경진대회 1등 ISS 우주인 화상 연결, 프로토타입 우주 발송 제안

여기서 뽑을 수 있는 첫 번째 원칙은 '문제 정의의 크기'다. 우주 전체를 해결하려던 소년은 좌절했지만, 우주 변기 하나를 해결했을 때 세계 1등이 되었다. 창업에서 거대한 비전은 오히려 방해물이고, 손에 잡히는 좁은 문제가 사람을 성장시킨다.

나로호 발사 성공이 만든 진로의 출발점을 다룬 1장 도입 화면

1969년 아폴로 계획 시절 설계돼 50년째 쓰여온 우주 변기 장치 — 문제 정의의 출발점


2. 창업의 실제 트리거는 '꿈'이 아니라 '알바가 하기 싫어서'였다

연세대학교 입학 후 만든 로켓 동아리에서 비용은 통제 불능으로 커졌다.

월 10만 원 → 20만 원 → 50만 원 → 100만 원 → 200만 원 → 1,000만 원

조달 수단은 주말 올림피아드 학생 과외, 전기 공사 현장 노동, 게임 만들어 팔기였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팀은 "이 동아리를 그만둘 것인가, 진짜 제대로 할 것인가"를 논의했고, 남은 인원은 서너 명이었다.

전환점은 의외로 단순했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5,000만 원을 준다고 해서, "그 돈 벌기 싫어서" 지원한 것. 발표할 내용도 모른 채 정장 한 벌 사 입고 가서 인생 얘기를 했다. "로켓을 만들고 싶은데 돈이 없다. 좀 주시면 안 될까." 돌아온 답은 "회사를 만들어라"였다.

  • 2017년 10월 26일 — 첫 투자금 5,00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오고 뉴빌리티 법인 설립
  • 사명: 머신러닝의 핵심이 신경망 → '뉴로사이언스에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자' → New + Ability = 뉴빌리티
  • 5,000만 원을 "무조건 10배, 20배로 돌려주자"는 무거운 감정이 초기 동력이 됨

동아리 자금난과 5,000만 원 첫 투자가 회사 설립으로 이어진 2장 도입 화면


3. 틀린 가설과 맞았던 가설

틀린 가설 ① "로켓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막상 법인을 만들고 보니 로켓의 수익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로켓을 잠시 멈추고 지게차 창고에서 잠을 자며 지게차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자율주행차 시스템 용역 과제를 따와 팔았다. 로켓은 '나중에 만들' 대상이 됐다.

틀린 가설 ② "시작만 하면 전문가가 될 것 같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진행되던 시기, 팀은 "태동하는 분야엔 전문가가 없으니 우리도 시작하면 전문가일 것"이라는 추상적 확신으로 머신러닝 공부를 합의했다. 이 확신은 방향 설정에는 통했지만, 하드웨어를 만드는 순간 산산이 부서진다.

맞았던 가설 ③ "우리가 못 하는 건 남도 아직 안 하고 있다"

기술 적용처를 드론·자동차·로봇 셋으로 좁히고, 경쟁 강도를 비교해 로봇을 택한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확했다.

후보 시장 판단 근거 결론
자율주행 자동차 현대차 등 대기업 상주 기각
드론 중국이 시장 장악, 시가총액 1조 기업 다수 기각
로봇 시가총액 1조를 넘는 기업이 거의 없고 대기업 부재 선정 (피벗의 마지막이자 시작)

맞았던 가설 ④ "투자는 결국 문 두드리는 개수의 문제"

2019년 1월, 그날 밤 구글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검색해 국내 투자 1위~10위 기관 대표 이메일 10~20개를 직접 수집해 1년간의 성과를 정리해 보냈다. 회신은 딱 통 — 퓨처플레이. "만나보고 싶은데 빠른 시기에 가능하실까요." 그리고 "어, 당연히 가능하다"는 한 마디가 추가투자로 이어졌다.

자동차·드론을 거쳐 로봇으로 피벗하는 결정이 담긴 3장 도입 화면의 배송 로봇


4. '99개의 문제' — 하드웨어가 이론을 이기는 지점

Chapter 4의 제목이 그대로 이 회사의 실체다. 로켓 사이언스를 하던 팀은 "로켓도 하는데 못 할 게 없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로봇 바퀴를 설계하는 순간 처음 보는 문제가 터졌다.

문제 증상 풀어야 했던 하위 과제
서스펜션 유격 직진 주행인데 로봇이 계속 왼쪽 끝으로 쏠림 서스펜션·댐퍼를 일렬로 설계하는 법
EMI(전자파 간섭) 카메라가 늘자 전자파가 영상에 섞여 영상 정보가 아예 안 나옴 전자파 차폐 기술
양산 시제품과 원가의 충돌 다이캐스팅 금형 설계, 싼 부품 선택 기준

이들이 내린 결론은 세 문장이다.

① 공동창업자들이랑 맨날 공부하자 → ② 그냥 공장 가서 구르자 → ③ 모르면 그냥 해보자 → (그래도 안 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든 모셔오자

실행 방식은 극단적으로 물리적이었다. 하루 종일 독서실에 온 것처럼 유튜브를 보고, 전화로 물어보고, 현장에 나가 공정을 보고, 커피챗을 잡았다. "저희 문제는 이런 건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도움 좀 주세요"가 하루 일과였다. 거의 반 년을 그렇게 보내자 찾아온 전문가들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줬고, 기술의 컨셉과 방향성이 마치 퍼즐 맞히듯 조금씩 맞춰졌다.

"어떤 사업이든 장에다가 손을 담가야 한다. 수영장에 뛰어들어야만 죽기 싫어서 막 헤엄치다가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그 과정을 무조건 해야 된다."

이 경험을 통과한 뒤 그는 문제 해결에 덤덤해졌다. "오케이, 또 시작이구나. 한번 공부해볼까."

파이썬 교차검증·예측 코드 화면과 함께 제시된 '99개의 문제' — 이론과 양산의 간극

"그냥 공장 가서 구르자"는 결론을 시각화한 로봇 장비 현장 조립 장면


5. 규제라는 벽을 '데이터 개수'로 무너뜨린 방법

투자를 받으려면 매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 "대표님, 이 규제 어떻게 해결할 거예요?" 속으로는 '내가 규제를 풀 수 있나' 싶지만, 그는 스티브 잡스의 Think Different를 소환해 사고를 뒤집었다.

규제를 탓할 시간에, 규제가 풀려야 할 이유를 더 많이 만들자.

그가 샌드박스 운영진에게 던진 논리는 이렇다.

"고속도로를 깔아놨는데 차가 한 대만 다니면 사고가 절대 안 난다. 열만 대가 다녀야 사고가 나고, 그래서 법규가 생긴다. 그런데 차 한 대만 다니는 상태로 어떤 데이터를 봐도 '안전하다'는 답밖에 안 나온다.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 수집을 못 하게 하는 건 앞뒤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미친 척 로봇 100대를 까는 모험을 했다. "규제가 풀린 것도 아닌데 100대를 어떻게 하냐"는 만류에도, 100대·1,000대를 운영해 시민이 '로봇이 필요하네'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편이 법을 풀기 훨씬 쉽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법이 풀리는 동안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법적 문제가 없는 사유지부터 파고들어, 상용화가 가장 빠른 보안 순찰 로봇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시장의 탄생 (2020~2022)

시점 외부 변화 사업 효과
2020~2022 코로나19로 인력 부족 + 비대면 강화 "사람 대신 로봇이 일을 해야 되네, 시켰더니 나쁘지 않네"라는 최초의 대중적 인식 형성
도로교통법 개정 인증받은 로봇에 사람을 준하는 지위 부여 다음 달부터 로봇이 몇십 대씩 나가기 시작
이후 고객 응답이 "법이 안 통과돼서 못 해요"에서 "법이 통과됐으니까 써볼게요"로 전환 "로봇 시장이 없다"는 논의가 "어떤 로봇이어야 하는가"로 진화

6. 런웨이 2개월 — 가장 어두웠던 회계

시점 사건 금액/상태
2022년 시리즈A 이후 투자 유치 약 260억 원
2022~2024 3년간 규제 해소 + 없는 시장 창출에 소진 "스타트업의 연료인 돈이 떨어짐"
2024년 1월 시리즈B 라운드 시작 —
2024년 (예비 심사) 전액 통과 350억 원
2024년 12월 예비 심사 다음 날 계엄 이슈 발생 —
직후 "본 심사를 못 할 것 같다" -50억
연쇄 이탈 "거기서 안 하면 저희도 힘들다" -50억 → 250억
커밋 번복 100억 커밋 기관 "350→250이면 50억은 더 모으셔야" 조건부
추가 이탈 또 다른 50억 무산 런웨이 2개월 (2025년 2월까지)
2025년 1월 인력 40% 감축 퇴직금 지출로 런웨이가 2월 → 1월로 단축
2025년 1~2월 공동창업자·재무팀장·인사팀장 개인 대출 몇 억 원 확보
2025년 1월 말~2월 초 고객사 계약 10억 원 발생, 3개월 후 입금 → 은행에 선급 요청 절반만 수령
2025년 2~3월 급여 지급 유지 2월 급여 + 3월 급여 확보
이후 인비전 인 파트너스가 50억 리드, 투자 연쇄 커밋 시리즈B 260억 원 클로징

그가 9년을 운영하며 처음으로 차를 타고 집에 가다 눈물이 흘렀던 순간이 바로 이 구간이다. "이거 안 될 걸 아는 거죠. 내 자신도 알면서 포기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교훈: 스타트업은 계속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고, 그 문제가 고객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회사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문제를 시니어가, 어른이, 경험자가 해결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생존을 위해 인력 40%를 줄여야 했던 순간을 회고하는 인터뷰 장면


7. '오늘의 계획' 경영론 — 가장 작고 가장 강한 단위

그가 창업가로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5년 뒤 꿈이 뭐냐, 10년 뒤엔 뭘 하고 있을 것 같냐"였다. 답은 솔직했다.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어서 — "제 경험에서는 앞으로 한 달 뒤의 계획도 잘 안 맞습니다."

대신 그가 지킨 것은 이 순서다.

이번 주 할 일 → 오늘의 계획 → 대외적으로 약속한 계획의 이행 → 5년 뒤 돌아보면 그게 지켜져 있다

실제 검증 사례가 있다. 규제 해소 로드맵은 2029년에 잡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2024년에 풀렸다. 거창한 비전 때문이 아니라 "오늘 오늘을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흔들림에 대한 경고.

  • "천억짜리 회사는 무의미한가요? 삼천억짜리 회사는 무의미한가요?"
  • "상장된 회사 중 시가총액 1조 안 되는 회사가 반도 안 된다고 알고 있어요."
  • "누가 얼마 투자받았다, 누구는 뭘 했다 하는 버스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관점 포인트 (실무자용)

  • 문제 크기를 줄여라. '우주'는 못 하지만 '우주 변기'는 1등 할 수 있다.
  • 피벗은 기술이 아니라 경쟁 공백에서 결정한다. 드론·자동차·로봇 3지 비교 후 '대기업이 없는 곳'을 택했다.
  • 하드웨어 원가는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 "싼 걸로 해야 되는지"를 고민할 때 이미 금형·양산이 문제다.
  • 현장 학습의 최소 주기는 반 년이다. 6개월을 투자해야 전문가가 문제를 하나씩 풀어주기 시작했다.
  • 규제 대응은 설득이 아니라 데이터 볼륨이다. 1대가 아니라 100대를 운영해야 '필요성'이 증명된다.
  • 법 통과 전에는 우회 가능한 인접 시장을 선점한다. 도로가 아닌 사유지 순찰이 그 포지션이었다.
  • 구조조정은 현금 계산과 동시에 한다. 40% 감축의 퇴직금이 오히려 런웨이를 1개월 깎았다는 사실을 그는 정확히 계상했다.
  • 투자 이탈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 50억 → 50억 → 50억의 연쇄를 전제로 예비 심사 통과를 신뢰하면 안 된다.
  • 비전 문장 대신 오늘 할 일을 말하라. 외부에 약속한 계획이 사내 기강이 된다.

최종 핵심 정리

확인해야 할 질문 5가지

  1. 지금 우리 팀이 붙잡고 있는 문제는 '우주'인가 '우주 변기'인가?
  2. 하드웨어를 만든다면, 문제를 책상에서 풀고 있나 공장 바닥에서 풀고 있나?
  3. 규제 앞에서 탓하고 있는 시간에 우리는 데이터를 몇 개나 쌓고 있나?
  4. 다음 라운드 금액이 30% 이상 이탈해도 급여를 몇 달 버틸 수 있나?
  5. 오늘 대외적으로 말한 계획을 이번 주에 지켰나?

한 줄 요약: "결국 내 사업의 문제는 대표와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게 유일한 해답이다" — 10년 비전보다 오늘의 계획을 지킨 사람이 5,000만 원으로 시작해 260억 라운드를 클로징하고, 400대의 로봇을 거리에서 굴린다.